2024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이번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2024년동안 진행한 일들
다이어트 챌린지를 진행했다.
원래 뚱뚱하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 마름 체질에 가까운 쪽인데, 운동을 너무 안하다보니 근육량은 줄고 체지방만 늘어 거미체형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에 현타를 느끼고 있던 와중에 회사에서 다이어트 챌린지를 하자고 얘기가 나왔다. 각자 3만원씩 거둬서 1,2,3 등에게 상금을 몰아주는 챌린지가 시작됐다. 1월부터 시작하여 2월 설날 전까지 얼마나 원래 체지방률 대비 측정일 날 체지방 감소율이 큰가로 대회가 시작되었고, 그 계기로 헬스장을 끊었고, 최소 주3회 정도씩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을 병행한 결과 1등은 못했지만, 2등으로 상금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팀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새로운 팀장님을 만나면서 제안서를 쓰는 작업을 조금씩 해보게 되었다. 옆팀의 팀장님이 나의 팀장님으로 바뀌면서 연초에 제안서 작업을 하고 계시는 와중에 개발 관련된 일부분을 나에게 써보라고 제안해주셨다. AI 기술이 들어간 부분이 있어 기술적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작성하게 되었는데, 역지사지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왜냐하면 예전에 과제 마지막 연차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말도 안되게 기획했던 부분이 있어서 회사에서 마지막 연차 때까지 미루다가 과제종료일이 다가와서야 마무리지으려고 하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입장을 바꿔서 막상 기획을 하려고 하니 책임질 수 있고 이미 가능한 기획은 다른 회사들이 내놓는 기획안에 비해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거라 느껴졌고, 다른 회사들보다 매력적인 기획서를 쓰려면 약간의 무리가 필요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라는 실무 입장에서는 책임질 수 있는 일이 필요했지만,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미래를 상상하며 매력적으로 만들어야하는 입장에서 당시에 그 과제를 진행했던 기획자의 고충도 이렇지 않았을까 이해하게 되었다.
대외미팅을 많이 다니게 되었다.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현재 회사에서 불가능한 부분들은 다른 회사와 분담하여 처리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되었고, 이런 이유로 다른 회사들과 협업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그동안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전엔 팀장님이 가져온 개발 업무에 대해서 개발 일정을 잘 지키고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게 핵심이였다면, 지금은 고객사에 미팅을 나가 가능성을 같이 이야기하거나, 고객사와 개발 일정에 대한 기한을 잡는 등의 비중이 커졌다.
개발자로 회사 다니면서 명함 쓸 일이 정말 적었던 것 같은데, 이번 한 해만에 이전까지 주고받은 명함보다 더 많은 명함을 주고받았다. 회의를 다니면서 화술의 부족함과 중요성을 느끼고 스피치 학원도 다녔다. 스피치 학원에서는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고 각자 적용해서 실습해보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4달 가까운 코스를 수강하고 난 뒤의 결론은 썩 많이 도움되진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발표를 많이 해보는 것과 용기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런 대외활동을 다니며 우물 안 개구리란 걸 새삼 느껴, 다른 분야에 대한 경험도 많이 겪어보려고 한다.
소프트스킬의 부족성을 많이 느꼈다.
새로운 팀원들을 만나며 어떤 분과 작은 마찰이 있었다. 이 분께 요청을 드리면 일정이 지연될 뿐더러, 완수도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이 분이 왜 못 지키셨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내가 요청을 잘못한 것인지, 혹은 어렵게 말을 했는지 생각이 들기도 했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거리가 됐었다. 시간을 두고 보니 결론적으로는 이 분의 역량이 모자랐는데, 당시에는 일정을 지연시킨 적이 너무 많아서 이 분에게 왜 자꾸 지연되냐고 이유를 따지면서 보채기도 했다.
돌아보니 역량이라는 게 어떨 땐 누군가는 앞서있고, 누군가는 뒤쳐질 수 있다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만약에 내가 누군가를 이끌어야 한다면 어떻게 표현하는게 더 이 사람의 역량을 끌어올리면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적을 하더라도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팀워크를 위해선 중요한 부분이라는 걸 느꼈다. 예전엔 알고리즘이나 프레임워크 위주로 공부하면서 개발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차가 쌓이면서 개발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협업도 잘하기 위한 고민들도 생기는구나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고객사를 만나면서도 느꼈지만, 팀원들과 원활하게 협업하기 위해서도 더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새로운 업무가 주어졌다.
기존에 AI와 DevOps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새롭게 추진하려는 사업 분야에 필요하다고 요청해주셨고, MLOps 쪽을 통해 모델 최적화 기반의 배포 파이프라인 업무와 생성형 AI를 통해서 데이터를 증강시키고, 실사에 가깝게 생성하는 업무가 주어졌다. 처음엔 오픈소스를 받아와 빠르게 적용해보고 적용가능한지 테스트하는 PoC 업무가 잦았다. PoC로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이상향에는 한참 모자랐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결국 연구로 들어설 수 밖에 없었는데, 연구로 진행하기엔 시간적으로도 자원적으로도 제약이 많아서 지속해서 나갈 순 없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무리였던 것 같다. AI를 경험하면서 매번 느끼는 점이지만 가능성은 열었더라도, 성능의 저점을 높이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 같다.
결혼 전도사가 되었다.
여름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구가 태어났다. 임신 초기에는 성별부터 시작해서 아들이면 어떻게 키우고 딸이면 어떻게 키울까 생각이 컸지만, 성별을 알고나서 (딸바보가 됨) 쯔음부터는 아기와 산모의 걱정이 제일 커졌다. 태아의 발달시기와 산모의 몸상태 등을 처음 겪기도 하고 그런 흐름들을 따라가기도 바빴었는데, 어느덧 생전 처음 보는 아기용품들을 들여놓았고, 산모가 건강하게 잘 버텨준 덕분에 이쁜 딸이 태어났다. 우리 부부는 애기가 성격적으로 외모적으로 누구를 닮을까가 너무 궁금했는데, 낳기 전 장모님께서 와이프는 예민한 체질이였다고 하셨고, 우리 엄마는 내가 너무 순해서 감사하게 키웠다고 했다. 갓 태어났을 땐 외모가 와이프 판박이였고, 지금은 점점 크면서 나를 닮아가는 것 같아 약간 미안함을 느낀다. ㅋㅋ 조리원을 지나 직접 육아를 겪어보니 성격이 너무 순해서 감사한 지경이였다. 정말 참다가 울어야되는 상황에만 울어주고, 잠도 길게 자고, 울음도 짧았다. 이렇게 순한 아기더라도 새벽에 깨야하거나 재우고 트름시키는 등의 체력적으로 힘든 일들도 없진 않았지만, 어느덧 100일도 지나 7시에 칼취침하여 최소 10시간 통잠을 자는 애기가 됐다.
우리 부부가 원래 아기를 너무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기 자체가 주는 귀여움, 육아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이 우리 부부에게 하나하나 추억으로 쌓이는 게 너무 많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손주를 안겨주는 효도 등 아기가 주는 장점들이 너무나도 큰 것 같다. 이 기쁨을 나만 알기가 아까워 결혼전도사가 되어 열심히 전파중에 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을 꼽자면 결혼과 출산이다.
자격증을 취득했다.
연말쯤에 갑자기 주변 팀원분들이 AWS Solutions Architect Associate 자격증을 따자고 제안하셨다. 예전에 업무를 보면서 AWS를 많이 다뤄봤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귀찮아서 계속 미뤄왔는데 다같이 하는 김에 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육아를 하는 와중이라 피로해서 많이 공부를 미뤘는데 이러다간 자격증을 못 딸 것 같아, 12월 초에 그냥 크리스마스 전날로 시험일자를 예약했다. 시험시간이 다가오니 돈이 아깝기도 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급하게 족보도 풀고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래도 AWS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족보 위주로 공부를 했더니 일주일정도만에 금방 붙었다. 자격증이 자랑거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따고 나니 최소한의 증명정도는 되는 것 같아서 흠은 없는 것 같고, 붙고나니 다른 것들도 해볼 수 있겠는데? 라는 자신감이 생겨 올해에는 CKA나 같은 AWS MLS 자격증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한다.
식집사로써 성장하였다.
나의 본가는 식물원을 방불케하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나도 그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독립하게 되면서 다양한 식물들을 키워보고 싶었다. 결혼 이후로 베란다에 조그만 텃밭을 가꿔오고 있는데, 그걸 아신 양가 부모님께서 식물들을 이것저것 선물해주셨다. 그중에 로즈마리는 2번이나 선물을 받았는데 2번 다 죽여서 나에게 오기가 생겼고 원인분석과 시행착오 끝에 씨앗부터 발아시켜 어엿한 식물이 되었다.
이쁜 화분에 관상식물을 키우는 것도 좋았지만, 식탁에 올릴 수 있는 식물들도 키우고 싶어져서 이것저것 키웠다. 바질, 상추, 깻잎, 방울토마토를 직접 씨부터 사서 심어 키워보았다.
바질은 너무 잘 자라줬는데 막상 요리할 데는 못 찾아서 직장동료와 가족에게 선물하였고, 상추, 깻잎도 마찬가지로 너무 잘 자라서 집에서 고기 구워먹을 때 같이 먹었다. 방울토마토는 출산 시기와 맞물려 관심을 많이 못줘서 죽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꾸역꾸역 살아남아서 열매까지 맺어주었다.
그리고 다육이랑 몬스테라를 분갈이를 시도해봤는데 다행히 잘 자리잡았다. 몬스테라는 한번 해보고 잘 되서 두번이나 진행했고, 마찬가지로 가족이랑 직장동료분에게 선물로 주었다. 다육이는 아직 주인을 못 만나서 집에서 키우고 있는데, 나중에 좀 더 크고 갖고싶어하는 분이 생긴다면 줄 계획이다. 식물을 키워보면서 발아시기, 물주기, 토양 등을 배우게 되었고 농부들의 노력,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과학, 식물의 원산지 환경을 모사하기 위한 노력 등을 많이 느끼게 되기도 했고, 식집사로써 식물을 키워서 먹고, 번식시켜서 남에게 줄 수 있음에 기쁘고 성장함을 느꼈다.
올해에는 직장동료분도 식집사 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양상추 씨를 주셨는데 양상추도 새로 키워보고, 감사인사로 로즈마리를 번식시켜서 선물드리려고 한다.
회고
2024년 초에 적었던 버킷리스트를 비교해본 결과, 계획한 것만큼 다 이루진 못했다.
그래도 난이도를 따졌을 때 개인적으로 매우 어렵거나 성실해야지만 가능할 것 같던 부분이 재테크와 식물키우기였다.
재테크를 하면서 목표한 금액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목표 금액을 달성하면서 약간의 숨통은 틀 수 있었고,
거의 매일 식물을 지켜보면서 과습, 습도, 온도, 토양 등을 체크해가며 키운 결과, 죽이지 않고 분갈이도 시켜가며 잘 키울 수 있었던 내 나름의 꾸준함은 긍정적으로 생각이 든다.
2024년에도 좋은 동료 분들을 떠나보내기도 했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는 게 컸던 한해였다. 가정을 위해서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며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해야한다고 느꼈다. 개발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 이외에 다양한 역량들이 부족함을 느꼈다. 이런 깨달음이라도 얻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채워갈 것이 많은 한해가 될 것 같다. 돌아보면서 당시 내가 동료 분께 왜 다그쳤는지 생각해보면, 스스로가 완벽주의 경향이 있어 계획이 흐트러지는 걸 싫어해서 그랬던 것 같다. 일정이 지연된다면 그에 따라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도 있었을텐데 생각이 든다. 추가로 이런 성향이 나의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올해의 표어도 만들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그냥 빨리 부딪혀보자!
새해에 새로운 다짐을 하며 개발 문화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개인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개발문화를 조성해야겠다고 느낀다. 업무를 잘하려면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시스템적으로도 뒷받침이 될 필요도 느꼈다. 소프트스킬을 포함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그동안 수동적인 태도를 주도적으로 사내 개발문화를 도입하고 모범을 보이려 한다. 올해엔 적극적으로 글도 쓰고, 내년에 이 글을 자랑스럽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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